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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남산의 부장들>, 절정에 오른 감독과 배우의 눈부신 재회

영화 '남산의 부장들'

[데일리무비] 1979 10 26, 서울 궁정동의 연회 현장에서는 어두운 밤공기를 가르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남산의 부장들은 이날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과 이전 40일의 기억을 쫓는다. 전 중앙정보부 부장인 박용각(곽도원 분)은 미국 의회 청문회 자리에서 대한민국 정권 부패와 그 시발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성민 분)을 일갈하며 작품의 시작을 알린다. 

이는 곧 청와대를 지키고 앉은 박통의 귀에 꽂히고, 그는 중앙정보부 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을 불러 직접 박용각을 처리할 것을 명한다. 그러나 과거 함께 혁명을 일으킨 박용각이기에 김규평은 원만하게 사건을 수습하려 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그러나 박통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다하는 곽상천(이희준 분) 2인자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과 대한민국에서 청와대 다음으로 권력이 센 중앙정보부를 제친 비밀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 김규평은 서서히 또 다른 혁명을 꿈꾸기 시작한다.
  
영화는 가천대학교 대외부총장 김충식 교수의 남산의 부장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김충식 교수의 남산의 부장들 1990년 그가 동아일보 기자였던 시절 2 2개월 동안 연재한 것으로, 구속 위기에 몰리는 과정 속에서 18년 동안 남산 중앙정보부에서 벌어진 정치공작과 비화 등이 담았다. 때문에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은 칠흑에 감춰진 과거를 세밀하면서도 정교하게 그려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남산의 부장들은 김재규가 모델이 된 김규평의 시점으로 그가 왜, 어떻게 박통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는지를 권력의 부패와 2인자들의 경쟁 모습을 통해 묘사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진보, 보수)가 아닌 인물들의 감정과 심리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덕분에 이러한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 적절치 않은 정치적 성향에서 오는 어떠한 감정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는 우민호 감독의 담백한 연출과 배우진의 통렬한 연기력일 것이다. 우민호 감독은 전작 마약왕에서 보여줬던 다소 기름진 연출법을 과감히 내던진 듯하다. 필요 없는 부분은 잘라냈고, 인물의 심리를 묘사할 수 있는 장면에 힘을 준 것이 보인다. 특히나 어둠 속에 적막함 속에 가만히 있는 대상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우민호 감독의 연출력은 천재적이다. 또한 높은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필연적인 상황에서 그는 인물들 간에 대립에서 오는 서스펜스를 깔끔한 연출로 그려내며 묵직한 이야기를 간결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그가 펼쳐놓은 스크린 위로 그림을 그리는 배우진 역시 발군이다. 특히 과거 '내부자들'로 우민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서 원맨쇼 수준의 연기를 펼친다. 실존 모델인 김재규의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연구한 그는 114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의 마음을 지휘한다.
  
이 작품을 위해 25kg을 찌운 이희준 배우 역시 시선을 뺏는다. 그는 이병헌과 2인자 자리를 두고 대립하는 곽상천 경호실장을 단순하고 무식하면서도 화통한 캐릭터로 묘사하며 김재평의 심이에 관객이 한 발 다가설 수 있도록 한다. 곽도원 역시 그렇다. 이병헌의 동행자였다 걸림돌이 된 그는 말이 딱히 필요 없을 정도의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높은 서스펜스를 형성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렇듯 농도 진한 연기를 우민호 감독이 영리하게 담아낸 남산의 부장들은 픽션과 논픽션의 중심에서 한국 현대사에 변곡점을 조명한 드라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