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한국에서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를 리메이크한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이 개봉해 큰 인기를 모았다. 7명의 연기 천재들과 능력 있는 이 감독의 만남은 관객들에게 아낌없는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전했다. 그렇다면 같은 작품을 리메이크한 중국의 <완벽한 타인: 킬 모바일>은 어떤 모습일까.
우묘 감독의 영화 <완벽한 타인: 킬 모바일>은 유년시절 친구들이 저녁 파티에서 만나 각자의 전화기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모든 통화와 메시지 등을 공유하며 서로의 비밀을 서서히 알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어린아이 때부터 허물없이 지낸 친구들이 저녁 파티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그들이 쳐다보는 것은 서로의 얼굴이 아닌 자신의 스마트폰. 이에 정신과 의사 대대는 서로의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제한된 시간 동안 모든 내용을 오픈하자는 게임을 제안한다. 그렇게 그들은 개개인이 가진 판도라의 상자를 모두의 앞에서 열게 된다.
영화 <완벽한 타인: 킬 모바일>의 원작 <퍼펙트 스트레인저스>는 21세기 가장 큰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는 소재인 스마트폰을 작품 내에서 흥미롭게 그려내며 스페인, 프랑스, 한국, 터키,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리메이크됐다. 그렇기에 명작임에 틀림없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를 재창조한 중국의 <완벽한 타인: 킬 모바일>은 연출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눈에 띄는 아쉬움은 극의 메시지다. 원작은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편의성 뒤에 자리 잡은 어두운 이면을 조명해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우 감독의 영화는 명확치 못한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킬 모바일’이란 부제 자체가 민망할 정도이다. 원작의 주제의식을 따라가려는 노력은 어느 정도 느껴진다. 그러나 스마트폰 액정을 바라보며 진정으로 행복해하는 사람들과 모바일을 통해 방송하는 것으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이들의 삶을 스크린에 지속적으로 그려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도대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관객들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다음은 난잡한 연출이다. 중국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빠른 감정의 전환이다. 사건 속에 인물의 감정이 빠르게 변하면서 극을 역동적으로 끌고 가려는 것인데 <완벽한 타인: 킬 모바일>에는 애당초 어울리지 않는 구성이다.
<퍼펙트 스트레인저스>와 리메이크작의 공통점은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소재로 이야기를 세심하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 구조에선 사건 개연성과 인물 감정 변화를 치밀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보는 이의 몰입을 유지시키고 서스펜스를 서서히 높여 결말부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요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벽한 타인: 킬 모바일>은 이점을 간과했다.
모든 인물들의 감정변화와 사건들이 갑작스럽다. 게다가 인물과 웃기지도 않는 개그 포인트들을 너무 많이 극에 추가시켜 더욱 혼잡한 영화를 만들었다. 따라서 관객들은 그 어떤 인물에게도 온전히 몰입하기 힘들었고, 결과적으로 어떤 감정의 동요나 폭발이 일어날 수 없었다.
물론 위와 같은 설정들이 중국 영화의 특징이고 의도적인 연출이었다면 존중한다. 그러나 영화 <무간도>와 <적벽대전> 이후 대부분의 중국 영화들이 연이은 흥행 실패로 한국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춘 것과 대중들이 중국 영화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등을 고려했을 때, 그들에게 영화적으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온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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