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김 씨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 대한민국에 영화 <김군>이 등장했다. 1980년 5월, 민주 항쟁 당시 광주 도심을 가로지르던 군용트럭 위에 한 사내는 누구에겐 김군이었고, 누구에겐 북한 특수군이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던 민주 항쟁은 정말 북한의 계략에 불과했을까.
강상우 감독의 영화 <김군>은 1980년 5월 18일 민주화운동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한 시민군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1980년 5월, 광주는 무엇보다 뜨거웠고, 어느 것보다 차가웠다. 한 민족을 총과 칼로 죽여야만 했던 그 때, 의문의 남성이 군용 트럭 위에서 군모를 쓰고 매서운 눈매로 사진에 찍힌다. 그리고 이 사진은 훗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
2015년, 보수논객 지만원은 ‘5.18 역사의 진실 대국민보고회’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600명의 북한군이 5.18을 주도했으며, 광주에 민주화 운동은 없었다’고 선언한다. 광주 항쟁 당시 사진에 찍힌 시민들과 북한 인민들을 비교하며 동일인물이라 주장한 것이다. 이에 강 감독은 지만원에게 제1광수’로 지목된 김군을 시민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추적하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강상우 감독이 결코 보통내기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나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남다른 신념과 뚝심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그가 연출한 영화 <백서>를 보면 평화주의를 지향한다는 명목 하에 철창신세까지 마다하지 않는 강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그렇다. <김군>이 누구인지 찾아내겠다는 그의 열정은 거주지를 광주로 옮기는 것을 시작으로, 약 5년 동안 카메라를 잡다 결국엔 의미 있는 결실을 맺게 된다.
끈기와 함께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준 간결하고도 묵직한 내러티브와 연출력은 발군이다. 무엇보다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선보일 수 있는 실존 인물에 대한 생동감 있는 인터뷰와 그 주장에 대한 면밀한 추적 그리고 다시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는 이의 인터뷰를 내세운 서사 방식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극의 말미까지 유지시키기에 충분하다. 80년대 생인 감독이 겪어보지 못했을 5.18민주항쟁을 이토록 처절하게 촬영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작품을 관람한 후 극장 밖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가장 크게 드는 의문은 ‘과연 지만원이 이 작품을 관람하였는가’다. 강상우 감독에 따르면 지만원은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논리를 정면으로 격파하는 영화 <김군>이 그의 입장에선 당연히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눈을 가린다고 세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듯, 누군가에게 족쇄가 채워진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아집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
한 젊은 감독의 집념으로 억울한 의문에 명확한 해답을 찾은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을 통해 우리사회에 또 다른 김군들이 나타나지 않길 희망해본다.
데일리무비 dailymovi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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