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다큐가 아니다"…되려 배우진 때문에 아쉽게 된 영화 '사냥의 시간'
배우는 영화의 얼굴이라 불린다. 영화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초기에 얼마나 관객을 동원할 것이냐는 결정짓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사와 제작사 그리고 감독은 캐스팅에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애써 공들인 배우진 덕에 비판의 목소리를 키운 영화가 있다. 바로 윤성현 감독의 영화 ‘사냥의 시간’이다.
18년도에 촬영을 마친 이 영화는 2020년 2월 극장가를 겨냥해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의 등장으로 개봉 연기를 이어가다 결국 넷플릭스로 조준점을 옮겼다. 그렇게 개봉부터 난관을 겪은 ‘사냥의 시간’은 이제훈(준석 역)부터 안재홍(장호 역), 박정민(상수 역), 최우식(기훈 역) 그리고 박해수(한 역)로 이어지는 화려한 배우진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현재 가장 큰 비판을 받는 영화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작품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려 위험한 계획을 세운 네 친구가 정체불명 추격자에게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한국형 디스토피아 액션 스릴러 작품이다. 영화는 134분의 러닝타임 중 초반 30분을 네 친구의 배경과 범행 준비 그리고 실행에 할애한다. 이후 100분은 간단하다. 한에게 쫓기는 네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캐릭터나 배경 설명, 범행 동기에 관해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헬조선'을 모티브로 제작됐지만 아직은 관객에 익숙지 않은 사회에 속한 인물과 배경에 관한 설명이 세심하지 않으니 영화 초반 캐릭터를 알아갈 장면과 대사도 공감보단 이질감을 안긴다.
영화 시작부터 중2병 걸린 것 같은 욕설을 내뱉는 인물들과 도둑질 때문에 갔던 준석이 출소하자마자 다시 도둑질을 준비하는 것, 그리고 이에 동요해 함께 범죄를 일으키는 친구의 모습에 어떤 관객이 쉽게 고개를 끄덕일까.
그러나 이것이 영화의 가치를 좌지우지하진 못한다. 아쉬운 초반부가 지나고 중반부에 접어들면 영화는 빠르게 액션 스릴러로 태세를 전환해 높은 서스펜스를 형성한다. 네 친구를 쫓는 절대 악신 한은 물론, 디스토피아적인 사회를 보여주는 미쟝센과 액션 장면의 몰입을 배가하는 사운드는 할리우드의 뭇 액션 영화와 비교를 하더라도 밀리지 않을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과 추격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수분기를 모두 날아가게 할 정도로 아쉬운 생략과 세심치 못한 전개는 계속된다. 상수와 기훈의 퇴장은 씁쓸할 정도로 뒤끝이 시원찮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이토록 거센 관객의 비판을 받을만한 이유인지는 의문이다. 충분히 아쉬움을 남길 순 있지만, 영화는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 러닝타임은 한정적이다. 이는 한이 네 친구를 추격하는 장면의 개연성에도 적용된다.
한이 네 친구를 추적하는 과정과 한 명씩 스크린 밖으로 나가는 인물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겪는 일을 일일이 조명하는 게 과연 영화적으로, 관객의 입장으로 이득인지, 손해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감히 말하건대, 충분히 짐작 가능한 사건을 다 나열하는 건 영화를 지루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가는 학생을 작품에 담는다면, 학생이 손잡이를 잡고 집 밖을 나가 어떤 자세로 걷다가 어떻게 학교에 도착하는지 버스는 얼마를 탔고 몇 번을 탔는지 이런 건 관객이 알 필요가 없다. 충분히 상상 가능한 범위이기 때문이다.
134분인 러닝타임에 위 이야기를 더했다면 누가 쉽게 이 영화를 재생했을까. 물론 영화가 세세하지 못한 설명과 생략을 사용을 앞부분에서부터 자주 하다 보니 관객의 입장에선 개연성과 전개가 형편없는 불친절한 영화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상상력을 동원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버릴 필요가 있다.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이렇게 만들어진 데에 이유가 있다.
이러한 연유로 차라리 배우진이 출중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파수꾼 윤성현 감독’이 이 영화를 둘러싼 기대의 이유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사냥의 시간’이 ‘파수꾼’급 이라는 말은 아니다. 관객에 따라 부족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다분하다. 다만, 그랬다면 액션 장르의 영화로서는 호평을 내놓지 않았을까, 이렇게 많은 악평의 표적이 되지 안 되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필요 이상의 질타를 받는 영화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 영상 리뷰는 하단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