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두리틀', 3000만큼 빛나는 연기력으로 허술함을 덮다
지난해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돌아왔다. 빨간색 강철 슈트를 입고 히어들과 함께 스크린을 누볐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천재 수의사로 돌아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신작 <닥터 두리틀>은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주인공 두리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가슴 깊숙한 곳을 베인 두리틀이 동물하고만 소통하며 살아가던 중 영국 여왕이 정체 모를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죽음은 곧 두리틀이 살던 동물 왕국과의 이별이기에 그는 유일한 치료제인 에덴 나무 열매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영화는 시작부터 디즈니 스튜디오 분위기를 폴폴 풍긴다. 망나니가 된 두리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하며 짧은 시간에 캐릭터 이미지를 이해도 높게 전달한다. 때문에 어린 관객까지 어렵지 않게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을 듯하다.
작품 가운데 자리 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에서 보여줬던 얼굴을 완벽에 가깝게 가렸다. 두리틀로 다시금 자리 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얼굴은 영국인이면서도 동물을 사랑하는 이타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더불어 의심할 필요 없는 그의 연기력은 스크린에서 그를 마주한 관객의 반가운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한다.
아이언맨에서 선보였던 유쾌한 대사를 툭툭 던지는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러나 진지하게 주변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은 가족 영화인 <닥터 두리틀>의 가치를 한층 높인다. 내뱉는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 모두가 왜 전 세계 수많은 ‘어벤져스’ 팬들이 유독 아이언맨에 열광했는지를 짐작게 한다.
두리틀의 조수로 등장하는 스터빈스 역의 해리 콜렛과 여왕이 두리틀에게 보낸 레이디 로즈 역의 카르멜 라니아도 역시 눈에 띄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특히 해리 콜렛의 경우 여린 감정을 표정의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2004년생인 해리 콜렛은 놀랍게도 이 무거운 책임을 문제없이 완수한 듯하다.
주연 배우진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모나지 않고 깔끔했다. 부드럽게 흐름을 이어가며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에 모았다. 그렇기에 어쩌면 <닥터 두리틀>의 허술한 시나리오에 더욱 아쉬움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힘있게 시작한 초반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의 힘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짚어보건대 이러한 이유는 이야기 개연성의 허술함이다. 영화의 플롯은 묵직한 듯 보이지만 이를 해결해 나아가는 두리틀의 행동은 가볍기 그지없다. 특히 두리틀이 장인어른을 마주했을 때, 갖가지 수모를 겪으며 마주한 그들이 쏟아내는 대사와 감정선은 따라가기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 유독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력이다. 그는 눈부신 연기력으로 3000만큼 활약하며 스토리라인의 허술함을 덮고, 허무함 대신 잔잔한 감동과 웃음을 안긴다.
더불어 목소리로 등장한 배우진의 연기도 작품의 매력을 배기시키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할리우드 배우 톰 홀랜드, 라미 말멕, 안토니오 반데라스, 마리옹 꼬띠아르는 매력적인 목소리와 연기로 스크린 앞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디즈니 스튜디오 기술력 역시 <닥터 두리틀>의 중요 매력 포인트다. 앞서 <라이언킹>, <알라딘> 등에서 실사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디즈니 스튜디오는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그래픽 작품을 내놨다.
물론 이러한 점이 영화의 문제를 모두 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점을 안고 관람할 이유를 만들 정도로 작품에 큰 매력을 안긴 것 또한 사실이다. 때문에 <닥터 두리틀>은 가족 영화로서 손색없는 내용에 배우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