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무비] '여곡성', 명작을 망친 리메이크...'촌스러운 연출에 가려진 공포'
영화 '여곡성'이 32년 만에 부활했다. 1986년 대중에게 알려져 현재까지 한국 공포 영화의 명작이라 불리는 '여곡성'은 유영선 감독의 손을 거쳐 그저 그런 영화로 탈바꿈했다.
'여곡성'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옥분(손나은 분)이 원인 모를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되고,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 분)과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는 미스터리 공포를 담은 작품.
유영선은 과거 명작의 계보를 잇기 위해 원작에서 사용됐던 연출을 재해석하며 재현했다. 전작에 대한 느낌을 살리는 것과 원작의 명성을 잇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영화의 장르에 대한 특성을 완전히 잊은 듯하다.
80년대 탄생한 '여곡성'의 연출기법을 영화에 담아낸 현대판 '여곡성'은 공포를 재현했기 보다는 연출을 재현하며 촌스러움을 탄생시켰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빨간 조명과 저급 특수효과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단숨에 반감시킨다.
더불어 유영선 감독이 영화 말미에 배우 서영희와 손나은의 극적 긴장감을 최대로 유발하는 장면에서 선보인 적외선 촬영 기법은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보다 영화 '곤지암'의 오마주와 함께 영화가 진행되는 시대적 배경과 심한 괴리감을 관객들에게 안긴다. 때문에 공포를 느끼기보다는 이질감에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손나은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옥분으로 분했다. 전체적인 연기는 우려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뱉는 말투가 관객의 초점을 흐린다. 서영희, 이태리, 박민지 그 외 등장인물 전부 사극 말투를 사용하지만 손나은은 그렇지 않다. 나홀로 현대 말투를 사용한다.
배우들의 전체적인 연기력은 타 영화에 뒤지지 않을 정도. 다만 그들을 담아낸 영화의 연출이 시작부터 끝까지 유치함과 촌스러워 배우들이 그려내는 공포감을 전부 무력화 시켜버린다. 더불어 욕망과 야망을 내포하고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지도 못한다.
어떠한 메시지도, 소름 돋는 공포도, 화려한 연출도, 몰입을 높이는 전개도 없는 영화 '여곡성'은 현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