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Review

[영화리뷰]<박수칠 때 떠나라>, '장진'식 코미디에 길 잃은 '테크노 스릴러'

데일리무비 2019. 7. 30. 22:10

사진=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스틸

 

 특유의 긴장감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스릴러 장르의 영화는 요즘 같은 무더위 속에 항상 우리를 찾아왔다. 그중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등은 한국을 넘어 세계 각지의 관객들에게 서늘함을 선사했다. 그리고 여기 한번쯤은 들어봤을 스릴러 걸작을 소개하며 잠시 여름을 잊어보고자 한다. 장진 감독의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박수칠 때 떠나라> A급 카피라이터 정유정을 잔혹하게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김영훈(신하균 분)과 그의 수사를 맡은 최연기 검사(차승원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사진=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스틸


 어느 날 강남 최고급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A급 카피라이터로 이름을 날리던 정유정이 객실 1207호에서 칼에 9군데나 찔린 상태로 발견된 것. 그리고 얼마 후 현장에서 휘발유 통을 들고 있던 김영훈이 유력 용의자로 경찰에 잡힌다.
  
 분주한 수사 속에 더욱 바쁘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방송국 PD와 스태프들이다. ‘범죄 없는 사회 만들기 캠페인이란 명목하에 정유정 살인사건은 생중계되며 순식간에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는 곧 검찰 고위직과 PD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신분상승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정유정 살인사건의 수사를 맡은 최연기 검사는 김영훈의 목에 정의라는 칼을 들이민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속속 밝혀지기 때문이다.
 

사진=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스틸


 장진은 20세기부터 꽤나 많은 작품을 스크린에 그려온 베테랑 감독이다. 그리고 <박수칠 때 떠나라>는 이러한 그의 역작 중 하나로 꼽힌다. 수사로부터 오는 긴장감과 작품 속 블랙 코미디가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영화는 한국형 스릴러물로 나름 철저한 계산 끝에 시나리오를 써내려간 수작이다. 그러나 작품에 박수를 치기 보다는 안타까움에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다. 반전에 반전을 기하는 스토리와 이를 만드는 치밀한 사건들의 발생은 나름의 개연성으로 힘차게 극을 밀고 나간다. 그러나 관객의 집중력을 헤치는 것들이 사방에 난무한다.
  
 장진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우리는 형제입니다>, <퀴즈왕>,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코미디를 선호하는 성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의 개그 코드가 일반 대중과는 어느 정도 동 떨어졌거나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걸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사진=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스틸


 이 작품에서 심문-증언-전설--굿-끝을 보다로 이어지는 내러티브 구조와 테크노 스릴러 장르를 빈틈없이 그려낸 것은 분명 갈채를 받을 만하다. 더불어 이를 기반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두터운 긴장감은 관객을 무리 없이 몰입시킨다. 문제는 이를 풀어주려는 장진의 빗나간 노력이다. 난잡하고 웃기지 않는 3류에 머무른 장진식 코미디는 영화 장르 근본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극의 흐름을 되도 않는 엉터리 코미디로 계속 끊으니 관객이 갈피를 잡는데 어려움이 있다.
  
 물론 살인사건을 리얼리티 쇼라는 장치를 통해 전달하며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 것은 꽤나 신선한 발상이다. 그러나 이 역시 관객들 기대에 한껏 부흥하진 못한다. 살인사건과 쇼 가운데에서 영화는 양발을 걸치고 어느 곳으로도 제대로 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작품의 색이 옅어질 수밖에.
  
 장르적으로 완성도는 높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완벽한 배우들의 연기대결과 내러티브에는 박수를 보낸다.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는 코미디를 떠나보냈으면 더 힘찬 박수를 받았을, 수작이지만 아쉬운 그런 작품이다.

데일리무비 dailymovi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