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사일런스>, 장르를 쫓다 긴장감을 놓쳤네
존 레오네티 감독의 영화 <사일런스>가 공포 장르를 앞세워 더운 여름 자신 있게 극장가에 등판했다. 그러나 작품을 찾은 대다수의 관람객들은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아류라는 평을 이어가며 처참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사일런스>는 소리 내는 모든 것을 공격하는 괴생명체가 인류로 인해 세상에 출현하면서 청각 장애인 앨리의 가족과 문명을 공격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어느 날 적막하고 어둡던 지하 공간에 공명을 깨는 망치질 소리와 함께 인류가 머리를 내민다. 새로운 곳을 개척한 이 과학 연구팀은 희열을 느끼다 이내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곳에서 이름 모를 괴생명체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삽시간에 밖으로 빠져나오는 생명체들에게 찢어발겨지고 만다.
한편, 과거 사고로 청각을 잃은 앨리는 자신을 괴롭히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서 벗어나 집에 도착해 편안한 일상을 맞이한다. 그러나 관객들이 예상하듯, 그녀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새벽 3시, 부모님의 다급한 손길에 갑작스레 눈을 뜬 앨리 앞엔 괴생명체들의 출현으로 세상이 마비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내 TV는 절대 소리를 내지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암전 된다. 이에 앨리의 가족은 소음이 없는 곳으로 도피를 계획하고 집을 나선다.
대강의 내러티브만으로도, 아니 사실 영화의 예고편만 보더라도 <콰이어트 플레이스>나 <버디 박스>가 오버랩 되는 것이 사실이다.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설정은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비슷한 눈을 뜨면 죽는다는 설정은 <버디 박스>에서 이미 감상했다. <사일런스>는 비슷한 설정이지만 위 작품과는 다르게 변주 없는 무난한 이야기로 극을 이어가다 말미에 허무하게 힘을 잃으며 아류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포영화에서 소리라는 소재를 차용한다는 것은 위에 언급한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단한 메리트를 지닌다. 그럼에도 <사일런스>는 이것이 주는 이점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전작들로 인한 기시감이다. 똑같은 소재를 썼다는 것은 같은 재료로 요리한다는 것과 같다. <사일런스>는 최고의 재료로 맛나게 요리했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보다 더 맛있는 똑같은 요리를 먹어본 것이다.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좋지 않은 평을 듣는 가장 큰 이유는 소리와 침묵에 대한 긴장감 부재이다. 초반에는 소음과 침묵 그리고 괴생명체의 공격, 이 3박자를 고르게 활용해 높은 긴장감을 유도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영화는 공포 장르 특유의 윤리 문제를 삽입하기 위해 분주하다. 심지어 윤리적인 교훈을 시사하기 위한 세밀한 연출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공포 장르의 관습을 좇기 위해 억지로 장면을 삽입한 것 같은 느낌을 줄 뿐이다. 이런 장면들이 이어지니 관객들에게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대개 맛있게 느껴지는 요리의 특징은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것이다. 영화도 그렇다. 장르의 재미가 충분히 빛나야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다. 공포영화는 어느 정도 연기력을 갖춘 배우와 함께 공포를 유발하는 내러티브 구조가 중요하다. <사일런스>는 이를 위해 집중했으나 너무 많은 맛을 나게 하려다 오히려 맛없는 짬뽕이 되어 버린 그런 영화다.
데일리무비 dailymovi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