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Review

[영화리뷰]<아메리칸 메이드>, 과거 미국에 대한 정조준...'블랙코미디의 정수'

데일리무비 2019. 7. 20. 22:35

사진=영화 <아메리칸 메이드> 스틸

 “여기엔 정의가 없다”. 21세기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 얼마 전 법정에서 종신형을 받기 전 내뱉은 말이다. 그리고 여기 마약 카르텔과 미국 패권주의의 민낯을 다룬 실화 바탕의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가 있다. 구스만과 본 작품 속 미국에는 진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의를 자기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것이다.

 

 더그 라이만 감독이 연출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아메리칸 메이드>는 민항기 1급 파일럿인 배리 씰(톰 크루즈 분)CIA 요원을 만나며 삶이 180도 변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영화 <아메리칸 메이드> 스틸

 TWA 항공사 사상 최연소 조종사인 배리는 고객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업무를 수행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떤 인생의 목적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삶이 건조하게 다가올 때 즈음 그에게 CIA 요원 쉐퍼가 찾아와 중미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최고의 미국을 함께 건설하자는 제안을 건넨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쉐퍼의 손을 잡은 배리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을 비행하며 반군들의 사진을 찍고 CIA의 온갖 심부름을 시작한다. 최고의 파일럿 중 한 명이던 그는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곧바로 내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가족을 부양할 돈이 없다는 것. 이런 상황 속에서 배리는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 오초아에게 끌려가 마약 밀매를 도울 것을 제안받는다. 가족을 등에 업은 배리는 큰 망설임 없이 독이 든 성배를 시원하게 들이킨다.

 

 <아메리칸 메이드>는 배리의 일생은 큰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1980년대 미국 패권주의의 민낯들을 블랙코미디로 승화하고 있다는 것 역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실제로 80년대 후반, 미국은 눈에 가시였던 콜롬비아 카르텔을 붕괴시키기 위해 니카라과에 소총을 밀매하고 돈과 무기를 지원하며 군사훈련까지 시켰다. 영화는 이 내용을 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배리의 삶과 유쾌하게 엮어내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사진=영화 <아메리칸 메이드> 스틸

 위에 언급한 역사적 사건들을 보고 지레 영화에 겁을 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작품의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는 삽화들이 관객들에게 충분한 시대 정서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는 누구나 손쉽게 현대 자본주의와 미국의 이면적인 페르소나를 바라보며 필요에 따라 바뀌는 사회정의에 대해 쓸쓸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다.

 

 배우 톰 크루즈의 연기력 역시 중요 관람 포인트다. 톰 크루즈는 21세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배우 중 한 명이다. 실제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기점으로 <우주 전쟁>, <미션 임파서블>, <작전명 발키리>, <잭 리처>, <오블리비언>,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주로 액션 장르에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어필해왔다. 그런데 그가 출연하는 <아메리칸 메이드>를 보고 있자면, ‘난 액션배우가 아니라 배우야라고 소리치는 듯하다. 선명하고도 풍성한 그의 감정연기는 극을 초반부터 말미까지 완벽하게 이끌며 배우로써 색다른 톰 크루즈의 매력을 물씬 느끼게 만든다.

 

정의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요즘, 과거 미국의 이면을 돌이켜보며 현재를 곱씹게 만드는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이다.

데일리무비 dailymovi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