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아메리칸 메이드>, 과거 미국에 대한 정조준...'블랙코미디의 정수'
“여기엔 정의가 없다”. 21세기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 얼마 전 법정에서 종신형을 받기 전 내뱉은 말이다. 그리고 여기 마약 카르텔과 미국 패권주의의 민낯을 다룬 실화 바탕의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가 있다. 구스만과 본 작품 속 미국에는 진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의를 자기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것이다.
더그 라이만 감독이 연출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아메리칸 메이드>는 민항기 1급 파일럿인 배리 씰(톰 크루즈 분)이 CIA 요원을 만나며 삶이 180도 변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TWA 항공사 사상 최연소 조종사인 배리는 고객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업무를 수행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떤 인생의 목적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삶이 건조하게 다가올 때 즈음 그에게 CIA 요원 쉐퍼가 찾아와 중미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최고의 미국’을 함께 건설하자는 제안을 건넨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쉐퍼의 손을 잡은 배리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을 비행하며 반군들의 사진을 찍고 CIA의 온갖 심부름을 시작한다. 최고의 파일럿 중 한 명이던 그는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곧바로 내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가족을 부양할 돈이 없다는 것. 이런 상황 속에서 배리는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 오초아에게 끌려가 마약 밀매를 도울 것을 제안받는다. 가족을 등에 업은 배리는 큰 망설임 없이 독이 든 성배를 시원하게 들이킨다.
<아메리칸 메이드>는 배리의 일생은 큰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1980년대 미국 패권주의의 민낯들을 블랙코미디로 승화하고 있다는 것 역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실제로 80년대 후반, 미국은 눈에 가시였던 콜롬비아 카르텔을 붕괴시키기 위해 니카라과에 소총을 밀매하고 돈과 무기를 지원하며 군사훈련까지 시켰다. 영화는 이 내용을 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배리의 삶과 유쾌하게 엮어내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위에 언급한 역사적 사건들을 보고 지레 영화에 겁을 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작품의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는 삽화들이 관객들에게 충분한 시대 정서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는 누구나 손쉽게 현대 자본주의와 미국의 이면적인 페르소나를 바라보며 필요에 따라 바뀌는 사회정의에 대해 쓸쓸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다.
배우 톰 크루즈의 연기력 역시 중요 관람 포인트다. 톰 크루즈는 21세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배우 중 한 명이다. 실제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기점으로 <우주 전쟁>, <미션 임파서블>, <작전명 발키리>, <잭 리처>, <오블리비언>,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주로 액션 장르에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어필해왔다. 그런데 그가 출연하는 <아메리칸 메이드>를 보고 있자면, ‘난 액션배우가 아니라 배우야’라고 소리치는 듯하다. 선명하고도 풍성한 그의 감정연기는 극을 초반부터 말미까지 완벽하게 이끌며 배우로써 색다른 톰 크루즈의 매력을 물씬 느끼게 만든다.
정의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요즘, 과거 미국의 이면을 돌이켜보며 현재를 곱씹게 만드는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이다.
데일리무비 dailymovi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