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Review

[영화리뷰] <비스트>, 짐승 같은 건 '전개뿐'...'제 2의 <아수라>'

데일리무비 2019. 7. 17. 03:20

사진=영화 <비스트> 스틸

믿고 보는 배우들이 영화 <비스트>로 돌아왔다. 제목 그대로 짐승 같은 그들의 스크린 속 연기는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에 매력을 한껏 돋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작품의 매력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심지어 쉽사리 동요되기 쉽지 않은 극의 전개는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를 떠올리게 만든다. 늑대인 줄 알고 봤더니 덩치만 큰 똥개였다.

 

이정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 최다니엘 등이 등장하는 <비스트>는 강력반 형사인 정한수(이성민 분)와 그의 라이벌 한민태(유재명 분)가 희대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사진=영화 <비스트> 스틸

어느 날 인천 앞바다에서 실종됐던 여고생의 시체 중 일부가 발견된다. 이는 곧 대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라이벌 한수와 민태가 각각 속한 강력 1팀과 2팀은 곧바로 사활을 걸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수사에 열을 올리던 중 다른 한편에선 한수에 의해 3년 간 옥살이를 한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 분)가 다시 사회로 발을 들인다. 그는 곧장 한수에게로 달려가고 준비했던 계략대로 한수의 총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이내 춘배는 한수가 범죄를 묵인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여고생 살인사건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렇게 범인 검거에 눈이 먼 한수는 살인범을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범과 손을 잡게 된다.

 

작품을 연출한 이정한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스트>에 대해 예상을 벗어나는 영화, 익숙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고 언급했다. 그가 바란 대로 영화를 보는 그 누구도 아마 쉽사리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연성이 춘배의 등장시점부터 급격하게 떨어진다.

 

대놓고 이야기판을 흔들려고 심어진 캐릭터 춘배 그리고 그와 한 배를 탄 한수의 만남은 시작부터 삑사리다. 이 삐걱거리는 서사에 가장 큰 문제가 바로 한수의 캐릭터.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 진급이란 먹이를 위해 날뛰는 짐승 같다가도, 막상 야수 같은 짓을 해야 할 땐 순한 양이다. 극 중 벌벌 떠는 그의 손과 전체적인 행동들을 바라보자면 어떻게 춘배의 그 말도 안 되는 제의를 순순히 승낙하고 다른 일들까지 벌이는 지 도저히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극의 전체를 휘어잡고 흔들어야 하는 한수가 이런 실정이니 관객이 이야기의 흐름을 못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영화 <비스트> 스틸

<비스트>는 보는 이의 공감은 내버려두고 오로지 이야기의 종지부만을 위해 달려가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으로 관객을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는데 바로 배우 이성민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 감독과 세 번째 인연을 이어간 이성민 배우는 영화 <공작>, <마약왕>, <목격자> 그리고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tvN 드라마 <미생>과 같은 다양한 작품에서 섬세한 감정을 담아낸 표정과 목소리로 대체 불가한 명배우라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 <비스트> 역시 그렇다. 혼잡하게 흘러가는 작품 속에서 그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이 명연기였다.

 

혹여나 이 작품의 제목을 보고 인간의 본성만을 좇아 잔혹하고 소름끼치는 범죄 스릴러물을 보고 싶다면, 이성민의 팬이 아닌 이상 <비스트>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보길 조심스레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