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Review

[영화리뷰] <롱 리브 더 킹>, '오태식' 빼곤 글쎄...진부한 스토리에 죽어버린 재미

데일리무비 2019. 7. 15. 17:00

 

사진=영화 <롱 리브 더 킹> 스틸

 영화 <해바라기>의 오태식이가 돌아왔다. 아니, 배우 김래원이 찾아왔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이하 ‘<롱 리브 더 킹>’)이다. 13년도 더 된 영화지만 아직까지 누아르 장르의 팬들에게 김래원=오태식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의 표정과 몸짓은 관객들의 몸을 움찔하게 만들지만, 새로운 작품의 새롭지 못한 이야기는 하품을 나오게 만든다.

 

 <롱 리브 더 킹>은 밤의 대통령이자 조직의 보스인 장세출(김래원 분)이 철거 용역 현장에서 변호사 강소현(원진아 분)을 만나 사랑에 빠져 개과천선하는 이야기.

 

사진=영화 <롱 리브 더 킹> 스틸

 극 초반, 거침없는 삶을 살던 세출은 테마파크 건설을 위한 철거용역 현장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강소현과 마주하고 마음을 단번에 빼앗긴다. 강 변호사에게 반한 세출은 그녀가 지지하고 있는 전 국회의원 황보윤(최무성 분)을 찾아가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보윤 대신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된다. 그 시각 목포 3선에 도전하는 후보 최만수(최귀화 분)는 조폭 조광춘(진선규 분)을 오른팔 삼아 보윤과 세출을 제거하려 음모를 계획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랬다. 영화 예고편만 봐도 스토리가 다 보이는 이야기가 있다고. 이 영화가 딱 그렇다. 위에 써놓은 스토리 5줄만 읽어봐도 <롱 리브 더 킹>의 모든 스토리 라인을 예측할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이야기 구조는 우리가 과거 비슷한 장르의 영화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던 것들이다. 선한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하고, 악한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악하다. 나쁜 짓을 꾸미는 캐릭터는 결국 벌을 받고 착한 캐릭터는 보상을 받는다. <롱 리브 더 킹>은 이러한 구조를 한 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따라간다.

 

 액션과 로맨스 그리고 드라마 장르를 접목시킨 이 작품은 구시대적인 스토리에 흠뻑 취해있다. 익숙함 속에서 색다름으로 재미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흥행을 위한 길이겠지만 <롱 리브 더 킹>에선 변주를 위한 시도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영화 <롱 리브 더 킹> 스틸

 강윤석 감독 전작 <범죄도시>의 흥행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캐릭터의 변주다. 그 주인공인 마동석은 선한 캐릭터지만 과거의 작품들(<악인전>, <살인자>, <이웃사람> )과 특유의 스크린을 넘어서는 아우라 때문에 자연스레 극에 변주를 더했다. 하지만 <롱 리브 더 킹>에서 감독이 변주를 위해 심어놓은 조광춘 캐릭터와 그의 수하 짱구(유희제 분)는 제 역할을 다 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극의 전체적인 대립 구도에서 광춘은 서브 캐릭터에 불과했고, 무엇보다 두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스크린 밖 이미지가 마동석만큼 강력하지 않았다. 감독이 마련해 놓은 장치가 이러하니 영화에서 관객들이 새로운 재미를 찾아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배우 김래원은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김래원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강력한 캐릭터를 이미 필모그래피에 새겨놓았던 탓에 관객들이 장세출에 몰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불어 부드럽게 흘러가는 액션신과 감정신은 눈길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물론, 개과천선하는 과정 속에서 급작스럽게 감정들이 변하는 장면은 몇몇 있었으나 이걸 배우의 탓으로 돌리는 건 다소 부적절하다.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은 살아 숨 쉬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너무나 진부한 스토리 라인이었던 탓에 열연은 빛을 발하기 어려웠다. 이제 선한 캐릭터는 항상 선해선 안 되고 악한 캐릭터도 언제나 악해서는 안 된다. 관객들은 그런 이야기에 이미 익숙해져버렸다. 관객의 예상을 깨는 새로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