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Review

[데일리리뷰]'국가부도의 날', 이 시대 돈이 우릴 삼킨 이유

데일리무비 2018. 11. 25. 22:49



IMF를 정면으로 조명한 첫 영화가 탄생했다. 바로 '국가부도의 날'이다. 배우들의 명성을 증명하는 연기와 함께 IMF 당시 일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국가부도의 날'은 이 시대 우리가 돈을 갈구할 수밖에 없게 만든 사회를 적나라하면서도 씁쓸하게 담아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1997년,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때, 곧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달길 것을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이 사실을 한국은행 총재에게 보고한다. 이내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 보고되고 뒤늦게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이 꾸려진다.


같은 시각, 곳곳에서 감지되는 경제 위기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를 결심,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한편, 이러한 상황을 알 리 없는 작은 그릇 공장의 사장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갑수(허준호)는 대형 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 대책팀 내부에서 위기 대응 방식을 두고 시현과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강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시현의 반대에도 IMF 총재(뱅상 카셀)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한다.



김혜수가 말투, 표정, 카리스마까지 모든 것이 영화 '타짜'의 정마담을 넘어설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탄생 시켰다.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 한시현은 가슴 속에 뜨거운 정의감과 차가운 이성을 고루 갖추며 진취적인 현대 여성을 보여준다. 위기 상황 속, 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가슴 속 열정을 냉철한 판단에 비춰 판단하고 국가 고위 간부인 남성들과 대립하는 모습은 많은 여성이 꿈꾸는 현대 여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한시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경제용어를 언급하는 모습이다. ‘국가부도의 날’이 IMF를 중심에 두고 서사하는 이야기인 만큼 김혜수가 맡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캐릭터는 경제용어를 필연적으로 언급한다. 극중 인물들과 대립하고, 자신의 팀과는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통해 적재적소에 경제용어를 사용하며 어색함 없는 그의 모습은 관객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완득이’ ‘깡철이’ ‘버닝’ 등 이 시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유아인이 이번엔 영리하고 비열한 모습으로 분했다. 그가 선보인 윤정학은 국가 위기 속에 자신의 이득을 위해 베팅하는 인물. 비열하고 야망과 욕망에 가득 찬 인물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공감되는 것은 숨겨진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낸 그의 연기력 때문.


과거 영화 ‘좋아해줘’ ‘베테랑’ 등 작업 당시 적극적으로 스타일링에 참여하며 인물에 색을 더한 유아인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 노력을 이어갔다. 그 시대 야망에 담긴 청춘 윤정학을 보다 실감나게 그렸고 현 시대 젊은 이들의 야욕을 캐릭터에 자연스레 녹여내며 그들의 몰입을 책임진다.



영화 ‘실미도’를 기점으로 ‘신기전’ ‘이끼’ 등 다작에서 강렬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긴 허준호가 이번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국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예고치 못한 경제 위기의 직격탄에 쓰러져가는 그의 모습은 1997년 IMF 당시 큰 고통을 겪은 시민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그 시절을 우리를 추억하게 만든다.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꾸려진 비공개 대책팀의 실질적 주도권을 쥐고 한시현과 대척점에 선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심각해지지만 그의 야욕은 멈출 줄 모르고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내부자들’ ‘도깨비’ ‘1987’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 구분 없이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 조우진은 독보적인 야망 캐릭터를 선보인다. 잘못된 신념으로 자신이 속한 상류층만을 위한 그의 끝없는 이기적인 선택은 김혜수와 날선 대립을 펼치며 관객들의 분노와 한탄을 내뱉게 만들며 그들을 극 속으로 빨아들인다.


배우들의 진한 열연과 함께 지금의 우리가 명예퇴직, 비정규직, 높은 실업률에 둘러 쌓여 돈만을 바라보게 된 이유를 알려주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오는 28일 개봉한다.